위민 토킹

🔖 마리케는 그렇다면 스스로 불행한 처지에 빠져들면 안 된다고, 용서와 영생 사이에서 억지로 선택하 는 처지에 놓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.
"그 처지가 뭔데?" 오나 프리센이 물었다.
"여기 남아서 싸우려는 거지. 그래봤자 우리는 남자들에게 질 것이고, 그러면 반항한 죄, 평화를 지키겠다는 맹세를 깬 죄를 짓게 되고 결국 전보다 더 무력한 존재가 돼서 남자들에게 끝없이 복종하게 될 거야. 게다가 우리는 어쨌든 남자들을 용서해야만 해. 신께 용서를 구하고 천국에 들어와도 된다는 허락을 받으려면 말이야." 마리케가 말했다.
"하지만 억지로 한 용서가 진정한 용서일까?" 오나 프리센이 물었다. 말로는 용서했다고 하면서 마음으로 용서하지 않는다면 그건 용서하지 않는 것보 다 더 큰 죄를 짓는 것 아닌가? 용서도 신만이 할 수 있는 범주의 것이 있지 않을까? 아이들에게 가한 폭력에 대한 용서, 너무 잔인해서 부모들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신만이 지혜를 발휘해 용서할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그런 범주의 용서.

🔖 “우리는 목소리 없는 여자들이야. 우리는 시대에 뒤떨어지고, 우리가 지내는 곳에서도 붕 뜬 존재이고, 심지어 우리가 사는 나라 말도 하지 못해. 우리는 고국이 없는 메노파 신자들이야. 우리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고, 몰로치나의 동물들조차 제 보금자리에서 우리 여자들보다는 안전하게 살고 있어. 우리 여자들이 가진 건 우리가 꾸는 꿈뿐이야. 그러니까 당연히, 우리는 몽상가들이야.”

🔖 “우리 모두 피해자야.” 마리케가 말했다.
“그건 사실이야. 하지만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해. 그 반응 중 어느 하나가 다른 반응보다 덜 적절하다고는 할 수 없어.” 살로메가 말했다.

🔖 그러자 살로메의 화가 폭발했다. 그녀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미프는 잠이 깼고 율리우스는 가죽을 씹던 걸 멈췄다. "우리는 타락하고 잔인한 남 자들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는 행위에 대해 신 의 뜻을 따르는 남자들의 용서를 받을 필요가 없어. 바로 그 나쁜 놈들이 신의 뜻을 따르는 남자들이기 도 하잖아. 만약 하느님이 사랑의 하느님이라면 우리를 직접 용서하실 거야. 만약 하느님이 복수심에 불타는 분이라면, 그래서 우리를 자신의 모습으로 만들어놓으신 거야. 만약 하느님이 전능하시다면, 왜 몰로치나 여자들과 소녀들을 보호하지 않으셨는데? 우리의 현명한 주교인 피터스 말대로라면 하느님은 마태복음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어. '아이들을 내게 오게 하고, 그들이 내게 오는 걸 방해하지 마라.' 그렇다면 우리는 당연히 아이들이 당한 폭행을 이 대목에 반하는 방해로 여겨야 하는 것 아니야?